교황의 사순 피정 첫 번째 묵상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관료들과 함께 2월 19일 오후 로마 외곽 아리차(Ariccia)의 ‘카사 디빈 마에스트로(Casa Divin Maestro)’ 피정센터에 도착해 포르투갈 사제 돈 조세 톨렌치노 지 멘돈사(don Josè Tolentino de Mendonça)의 영적 지도로 강론을 들었다. 멘돈사 신부는 야곱의 우물에서 일어난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을 다루고 있는 요한복음의 구절 전반부(요한 4,5-24)를 해설했다.

야곱의 우물가에 앉아 사마리아 여인에게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는 우리를 놀라게 하며 경탄으로 우리를 무장 해제시킨다. 히브리인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사마리아 지역의 한 여인과 말하고 있는 유대인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마치 예수가 우리에게 이렇게 청하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가진 것을 나에게 주시오. 당신의 마음을 열어 주시오. 당신의 존재를 나에게 주시오.” 교황과 교황청 관료들을 위한 사순절 피정에서 멘돈사 신부의 첫 번째 묵상은 이렇게 시작됐다.

경탄의 견습생

이번 피정의 영적 지도자 멘돈사 신부는 리스본 가톨릭 대학교 부총장 겸 포르투갈의 신학자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강론 주제로 “목마름 예찬(Elogio della sete)”을 선택했다. 그는 “경탄의 견습생(apprendisti dello stupore)”이라는 제목의 도입부에서 우물가에서의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에 대한 요한의 이야기 전반부를 다음과 같이 해설했다.

예수의 요청은 우리 안에 당혹스러움과 놀라움을 불러일으킨다. 우물에 “물을 마시러 온 사람은 바로 우리”이며, 우리의 목마름은 피로와 궁핍 때문에 생긴다. 예수는 여행으로 피곤한 상태였고, 우물가에 앉아 있다. 멘돈사 신부는 복음서에서 뭔가를 청하려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구걸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예수 역시 구걸한다. 예수의 몸은 “나날의 노고를 체험하는 몸, 곧 다른 사람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느라 노곤해진 몸”이다. 인간만이 하느님을 구걸하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도 인간을 구걸하신다.”

당신의 나약함으로 우리를 찾으러 오셨다

이어 피정 강론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예수께서는 우리를 찾으러 오셨습니다. (…) 우리 나약함의 가장 깊은 심연과 어두운 곳에서 예수께 대한 목마름으로 우리는 이해를 받으며, 그분께서 우리를 찾으신다고 느낍니다.” 이는 물에 대한 목마름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목마름이다. “우리의 여러 목마름에 도달하려는 목마름, 우리의 상처들과 접촉하려는 목마름인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청하십니다.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우리는 그분께 마실 물을 드릴 수 있을까요? 우리 서로 마실 물을 줄 수 있을까요?” 멘돈사 신부는 이렇게 되물었다.

“우리가 부르심을 받았음을 인식합시다. 주도권을 갖고 먼저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분이 바로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열망(desiderio)이 아무리 크다 해도 하느님의 열망은 그보다 더 큽니다. 예수님께서 여인에게 그녀 삶의 진리를 말씀하셨을 때 그것은 그 여인을 비하하시는 것도, 마비시키시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여인은 은총이 자신을 찾아오고 은총과 만났음을, 주님의 진리로 자신이 해방됐음을 느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여기 있음을 아시고 우리를 껴안으신다

피정 강론자 멘돈사 신부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우리는 포옹을 받는다고 느낍니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 안의 생명을 가능케 할 그 은총을 배우기 위해 다른 것을 잊읍시다. 우리 존재의 내밀한 곳에서 이렇게 말합시다. ‘주님, 저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마치 ‘저는 오직 당신만을 기다립니다. 당신이 저에게 주실 것을 기다립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교황과 교황청 관료들을 위한 사순 피정 일정은 2월 20일부터 23일까지 아리차 카사 디빈 마에스트로에서 매일 오전 7시30분 미사로 시작해 오전 9시30분 묵상으로 이어진다. 이후 오후 4시 강론자의 오후 묵상이 진행되며 저녁기도와 성체조배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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