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여러분의 성소는 땅에 뿌리를, 하늘에 마음을 두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0일 트루히요(Trujillo) 주교좌성당을 방문해 동정 마리아의 발 아래 헌화한 다음, (성 카를로스 마르첼로) 신학교를 방문했다. 교황은 (신학교에 모인) 사제들과 봉헌자들, 특별히 신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들의 성소는 항상 두 가지 차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곧, 땅에 성소의 뿌리를, 하늘에 그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차원 가운데 하나만 없어도 우리의 삶은 서서히 시들 것입니다.”

교황은 트루히요 신학교에 대한 “기억”과 그로부터 생겨난 덕목들이 “하늘을 향해 성장하며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시간과 역사의 흐름 안에서 우리를 지탱해 준다”고 설명했다. 교황이 트루히요의 신학교에서 만난 사제들, 봉헌자들, 신학생들에게 한 말에는 수세기 동안 제자들의 마음에 흘러 넘치게 했던 생명을 찾기 위해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는 커다란 깨달음이 있었다. 교황은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 백성의 삶 안에 지나가시는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안에 살아 계시는 하느님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것에 대한 기억은 우리 기쁨의 원인이며 우리를 다음과 같이 노래하게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큰일을 하셨기에 우리는 기뻐하였네’”(시편 125,3).

교황은 이 “풍성한 기억”으로부터 “즐거운 자의식”과 “부르심의 시간”, 그리고 “전염되는 기쁨”과 같은 덕목들이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즐거운 자의식

교황이 표양으로 내세운 사람은 세례자 요한이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단순히 “선포하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교황은 세례자 요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사명이 길을 가리키고, 여정을 시작하고, 공간을 열고, 하느님의 영을 지닌 분을 선포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봉헌된 이들, 곧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사업과 사명,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수많은 활동으로 주님을 대체하려고 부르심을 받은 게 아닙니다. 우리는 단순히 주님 곁에서 함께 일하라는 요청을 받았을 뿐입니다.”

아울러 교황은 우리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느끼는 유혹과 싸우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 가지 조언을 했다. “우리 자신의 한계와 실수, 그리고 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성공에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아는 기쁨으로, 주님 앞에 설 수 있는 영적 능력을 우리에게 줌으로써 스스로에 대해 웃는 것을 배우는 일입니다. 이는 한 번의 복용으로 충분한 두 개의 알약입니다. 곧,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는 것입니다”

자신이 부르심을 받은 시간에 책임을 지다

교황은 또한 요한 사도가 예수님과 만난 시간까지도 기억하는 요한 복음의 대목을 인용하면서, 그리스도의 “시선”으로 “만져졌던” 때를 기억하라고 권고했다.

“우리가 이 시간을 잊을 때, 우리는 우리의 기원과 뿌리를 망각하게 됩니다. 이 기본적인 좌표를 잃는다는 건 봉헌된 이들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 곧 주님의 시선을 제쳐 놓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주님께서 당신을 보게 하십시오.”

이어 교황은 성소(부르심)가 “예수 그리스도의 방식대로 이웃을 섬기기 위해 우리의 연민을 자극하는 서로 간의 사랑, 자애로운 사랑”에서 나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신앙이 누구에게서 전해져 왔는지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의 백성은 기억이 풍부한 사람과 기억이 없는 사람들을 구별하는 후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러므로 여러분에게 맡겨진 신자들의 단순하고 신실한 신앙을 멸시하거나 잊어버리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데려오신 곳, 곧 여러분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잊어 버린 채, 신성함을 다루는 직업적인 사람으로 변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에게 기도하는 걸 가르쳐준 신자들에 대한 기억과 존경심을 잃지 마십시오.”

전염되는 기쁨

교황이 세 번째 묵상을 나누면서 인용한 인물은 안드레아 사도였다. “안드레아 사도는 자신의 사도직을, 거의 자연스럽게 기쁨을 전하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 곧 그의 형인 시몬에게서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메시아를 ‘발견’했다는 사실의 가장 좋은 표시입니다. 기쁨은 사도들의 마음 속에 끊임없이 존재합니다. 안드레아 사도가 그의 형에게 ‘우리는 그분을 만났습니다’라고 힘있게 말하는 것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과 삶 전체를 가득 채웁니다.”

바로 여기가 “파편화된 세계 안에서” 고립과 고독에 대항하는 중요성과 필요성이 있는 지점이다.

“우리를 위한 도전은 공동체의 주관자이자 예언자가 되는 것입니다. (…) 왜냐하면 아무도 혼자 구원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저는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파편화와 고립은 ‘세상’의 문제인 것처럼, 그러니까 ‘외부’에서 발생되는 무엇이 아닙니다. (…) 형제 여러분, 우리는 우리 공동체 안에서도 분열과 전쟁과 고립을 살고 있습니다. (…) 이는 우리에게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어 교황은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설명했다. “‘친교와 화합의 건설자’가 되는 것은 각자 자신의 특수성에서 출발해 자신의 몫을 다하지만,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도 알면서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황은 또한 싸워 이겨야 하는 또 다른 유혹이란 “그 누구와도 공유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만을 위해 모든 것을 원하는” “외동 아들”이라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한을 행사하는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참조에 빠지지 않기를 요청합니다. 여러분의 형제들을 돌보고, 그들이 잘 지내도록 하십시오. 좋은 것은 전염됩니다. 권위주의로 바뀌는 권위의 덫에 빠지지 맙시다.”

교황은 젊은 사제들과 나이 든 사제들 사이의 대화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서로 다른 세대들 사이의 대화는 서로를 풍성하게 하며, 무엇보다 나이 든 사람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해준다.

교황은 개인적인 일화와 일상 이야기에 대한 언급으로 풍성했던 연설을 마치면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진실하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기쁨 중에 그리스도를 섬기고 만날 수 있기를 마음을 다해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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