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예수께서는 우리를 시련 중에 혼자 내버려두시지 않으십니다”


본당 성가대의 합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미사는 예정보다 30분 앞당겨 시작됐다. 앞을 보지 못하는 한 노인이 점자로 된 텍스트를 (손으로 짚어가며) 제2독서를 선포했다. 신자석에는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이들(ex carcerati di Rebibbia) 몇 명과 보호관찰 대상자들도 있었다. 교황은 예수님의 변모사화를 들려주는 사순 제2주일의 복음에서 묵상의 실마리를 잡아 (준비된 강론 대신) 자유롭게 강론을 이어 나갔다.

예수님의 길은 전혀 다른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하늘나라에 계시는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영광스럽고, 빛나며, 의기양양한 승리자로 말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은 제자들로 하여금 십자가의 스캔들인 수난을 견뎌낼 준비를 갖추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님께서 죄인처럼 죽으실 것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도저히 그분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항상 승승장구하는 지상의 해방자들 같은 해방자이시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길은 전혀 다른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굴욕, 십자가의 굴욕을 통해 승리하십니다.”

시련 중에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러나 교황은 십자가 다음에, 예수님께서는 영광스러운 미래를 보여주시고,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지 보게 해주신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메시지입니다. 곧, 그분께서는 항상 우리를 준비시키십니다. 시련의 순간에 앞으로 나아가도록, 당신의 힘으로 그 순간을 극복하도록, 우리에게 힘을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삶의 시련 중에 혼자 내버려두시지 않으십니다. 당신 영광의 비전을 통해 제자들을 준비시키셨던 것처럼, 늘 우리를 준비시키시고,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이처럼 그들도 나중에 굴욕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이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교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첫 번째 사항입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시련에 대해 우리를 준비시키시고, 시련 중에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절대로.”

기억과 말씀의 경청

하느님께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고 말씀하실 때 우리에게 주신 메시지에 따라, 우리는 예수님을 기억할 뿐 아니라 말씀을 경청해야 한다. 교황은 경청의 길이 확실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마치 어려움 가운데 멈춰 서서 “오늘 예수님께서 내게 무엇을 말씀하시는가?”라고 자문하는 것과 같으며,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는 마리아의 말씀을, 기적 이후에 강하게 기억하는 것과도 같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다면, 인생의 그 어떤 순간도 충만하게 살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순간에, 멈춰 서서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좋지 않은 순간에도, 멈춰 서서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경청의) 길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말씀해주실 것입니다. 항상. 그래서 이 두 가지 사항을 가지고 이번 사순 시기에 앞으로 나아갑시다. 곧 시련 중에 예수님의 영광을 기억할 것, 다시 말해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힘을 주시기 위해 그 영광과 함께 항상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 생애 동안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예수님께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분께서는 복음 안에서, 전례 안에서, 항상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혹은 마음 안에 말씀하십니다.”

미사 끝에 교황에게 몇 가지 선물이 봉헌됐고, 그런 다음 산 젤라시오(San Gelasio) 본당 사제는 모든 신자의 이름으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특히 주세페 라치티(Giuseppe Raciti) 신부는 교황이 그 지역의 한 가정을 위해 조립식 주택을 선사해준 데에 감사를 표했다. 화재가 발생해 비극적으로 거주지를 잃었던 그 가정도 이 미사에 참례했다.

사목방문을 마친 교황은 미사의 끝에서, 교황의 말씀을 듣기 위해 기다리며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무릅쓰고 서 있던 수많은 신자들을 성당 현관에서 맞이했다. 그리고 농담 섞인 인사말을 건네며 그들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저는 한 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북극에 본당을 여는 것입니다. 많은 추위를 견디신 여러분은 그 본당에 가실 수 있을 겁니다. (...)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면 좋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이 추위에 남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환대와 여러분의 선의에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많은 축복을 내려주시길 바라고, 저 또한 지금 여러분에게 축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본당의 모든 가정을 위하여, 사제들을 위하여,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이들과 모든 신자와 비신자들을 위하여, 서로 기도합시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러분에게 강복하소서. 그리고 부탁이 있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청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 드립니다.”

 








All the contents on this site are copyrigh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