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성탄 메시지. 화해와 평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예수 성탄 대축일’을 맞아 성탄메시지를 발표했다.

염 추기경은 메시지를 통해 ‘아기 예수님의 거룩한 탄생의 기쁨과 축복이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함께’하고, ‘특별히 북녘의 동포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청하며 분단의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고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가 이뤄지길 기원’했다.

염 추기경은 ‘평화는 하느님의 축복이며 은총’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평화와는 요원한 상태’라고 진단하며,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고 정의의 실현이며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품위를 존중하려는 확고한 의지와 형제애를 실천하는 사랑의 결실’이라며 우리 자신의 회심과 이웃과의 화합, 자연과 공존하며 환경을 보호하기를 요청하고, ‘진정한 평화로 가는 길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에 끈질긴 인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는 세상에 죄악과 증오, 폭력이 기승하더라도 화해와 용서의 실천을 통해 한 가족이 되는 길을 가야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평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열망에 귀 기울여 당리당략을 넘어 참된 평화와 정의의 실현을 정치 활동과 정책 결정의 중심으로 삼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의 2015년 성탄메시지 전문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아기 예수님의 거룩한 탄생의 기쁨과 축복이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특히 북녘의 동포들과 세상 곳곳에서 고통과 슬픔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실 때 모든 피조물 가운데서 인간을 당신의 모상으로 창조하시고(창세 1,26 참조) 사랑으로 돌보아주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여 죄를 지었고 그 결과 죽음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죄와 죽음의 질곡에 있는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당신 아들을 보내주셨습니다. “당신의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주시어 우리는 그분을 통해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1요한 4,9 참조) 그래서 예수님의 성탄은 우리 모두에게 큰 위로와 기쁨이 됩니다.

이 밤에 탄생하신 구세주 예수님은 죽음과 고통, 불안과 두려움을 이기는 평화와 구원을 주십니다. 이사야가 예언한 대로 구세주는 평화의 왕국을 이루기 위해 오신 분입니다.(이사 11,1-16 참조) “우리의 평화”(에페 2,14)이신 주님의 탄생으로 온 세상에 평화가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시다. 평화는 하느님의 축복이며 은총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평화와는 요원한 상태입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무자비한 테러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많은 이들은 전쟁과 폭정을 피해 세상을 떠돌며 극심한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생명 경시와 환경 파괴, 물질만능주의와 특히 집단 이기주의 등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주님께서 주시는 참된 평화를 누릴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주님의 뜻에 응답하여 실천하는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고 정의의 실현이며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품위를 존중하려는 확고한 의지와 형제애를 실천하는 사랑의 결실입니다.

첫 번째로 진정한 평화의 실현을 위해 우리 자신의 회심이 필요합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회심을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고 올바른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옛 인간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 버리고, 새 인간을 입어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모상에 따

라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합니다.(콜로 3,9-10 참조)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마태 22,39)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자신의 생명과 인격을 소중히 여기면서 타인의 생명과 인격도 존중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진정한 평화의 실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웃과의 화합입니다. 예수님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루카 6,36 참조)고 명하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용서와 자비를 입은 사람들로서 어려운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잘못한 이들을 용서하고 용서를 청함으로써 이웃과 화합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선으로 악을 이기는 길이며 평화를 이룩하는 길입니다. 선의를 지닌 사람들은 악을 물리치기 위한 싸움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이 싸움은 오직 사랑을 무기로 삼을 때만 효과적으로 이끌수 있으며 사랑이 승리하는 곳에는 평화가 가득할 것입니다. 사랑은 역사의 흐름이 미움과 증오를 넘어서 선과 평화를 향해 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유일한 힘입니다.

세 번째로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연과 공존하며 환경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웃과 후손에게도 큰 피해를 주는 자연환경의 파괴는 집단 이기주의와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환경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노력은 인류가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입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노래한“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며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는”(이사 11,6 참조) 바로 그런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진정한 평화의 추구는 어느 한 민족이나 정치 공동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인류 전체에 영향을 주는 기후나 식량, 자연환경 등 공동선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진정한 평화로 가는 길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에 끈질긴 인내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는 우리 신앙인들의 책임과 의무가 막중합니다. 우리 신앙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참된 회심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를 하느님의 뜻 안에서 다시 올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평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열망에 귀 기울여서 당리당략을 넘어 참된 평화와 정의의 실현을 정치 활동과 정책 결정의 중심으로 삼기를 촉구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아무리 죄악과 증오, 폭력이 기승을 부린다고 해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화해와 용서의 실천을 통해 한가족이 되는 길을 가야 합니다. 그것만이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고 미래를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고 그분께 의탁하면서 모든 두려움을 이겨내고 평화의 길로 나아갑시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특별히 북녘의 동포들에게도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청하며 분단의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고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를 이루도록 기원합니다. 또한 북한 교회의 한 성당에 마음의 신자가 되어 그 성당의 회복을 위해서 매일 기억하는 기도운동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두운 세상에 평화의 빛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성탄의 기쁨과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천주교 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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