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의 피는 사랑의 열매입니다


11월 11일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의 테시관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1주년을 기념하여 ‘기억과 희망-순교의 관점에서 보기’를 주제로 그레고리오 대학과 주 바티칸 대한민국 대사관이 후원하는 한국교회 역사 강연회가 있었다. 전 주 한국 교황청 대사를 역임한 프란체스코 몬테리시 추기경과 인류복음화성의 혼타이파이 대주교,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 프랑소와 자비에 듀모르티에 총장과 누노 다 실바 곤살레스 학장 및 약 170여명의 참석자들은 한국 교회의 원동력인 순교자들의 사랑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교회에서 순교는 신망애의 완성이며 화석화된 순교가 아닌 살아있는 정신으로 교회라는 배가 항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선박평형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대전교구의 유흥식 라자로 주교가 기조강연을 통해 순교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를 알려주었다.

이어서 한국 가톨릭대학의 교회사 최선혜 교수는 한국 교회의 시작과 근대까지의 순교와 선교의 역사를 되짚었다.

한국 천주교회의 시작과 발전은 내재된 자기 문화의 토양 위에 스스로 복음을 들여와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거둔 것임을 밝혔다.  당시 조선에서는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신앙을 통해 신분의 차이를 넘어선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였다. 학문적인 연구가 종교적 믿음으로 발전하였으며 그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이요 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선교사들이 한국 교회를 위해 보여준 애정과 신자들의 겸손과 자기 희생은 사랑으로 드러나고 박해라는 상황에서 순교라는 사랑의 행위를 기꺼이 실천하는 힘이 되었다.

이중배 마르티노 복자는 배교를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부자의 정을 넘어선 더 높은 곳의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배반할 수 없다고 하였고, 박후재 요한 성인은 하느님께서 자신이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명하셨다고 이야기하고 순교를 하였으며 박종원 아우구스티노 성인도 주 예수께서 자신을 사랑하셨으니 자신도 주 예수를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며 예수께서 자신을 위해 죽으셨으니 자신도 예수를 위해 목숨을 버림이 마땅하다고 하고 순교를 하였다.  

한국 교회의 순교자들을 통하여 사랑의 힘을 볼 수 있고, 하느님 사랑의 힘을 통해 인간역사가 변화하고, 의미있는 변화의 순간이 우리사회를 긍정적인 변화로 이끈다. 순교자의 피는 사랑의 열매가 된 것이다.

이어서 조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통해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한국교회는 남북한 대치, 경제성장, 전통과 현대적 가치관의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가야함을 이야기 하였다. 일본 강점기부터 한국전쟁과 이산가족의 고통과 같은 한국사회의 아픈 모습을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남북한의 비교 사진을 통해 두 체제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면서, 한국교회가 당면한 상황들을 통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교회와 사회에 그리스도교적인 비전을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주었다. 교회내에서 가난한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교회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의하고 사회에 대한 복음화를 짚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순교자들이 순교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고, 신앙을 통한 자기완성이 순교 정신으로 살아있으며, 이 정신은 한국 교회라는 배를 움직이는 선박평형수가 될 것이며, 순교정신은 사랑으로 모두와 통한다고 말을 맺었다.   

질의 응답 시간에는 유흥식 주교가 한국 가톨릭 선교사들 1,000여명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음과 개신교와의 대화 노력에 대해 언급하고, 가난한 이들을 향한 가난의 실천이 쉽지 않아도 복음 정신과 교황의 소박한 삶을 본받아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마무리 하였다.

강의를 마치면서 진행을 맡았던 실비아 곤잘레스 학장은 순교의 기억은 현재형이며 영감을 주고 있다면서 한국교회의 이러한 여정이 계속되기를 기원하였다.

강의에 참석했던 이진희 세실리아 수녀(살레시오수녀회)는 한국인의 자부심과 함께 언어와 문화 차이로 공감하지 못했던 것들이 강의를 통해 해방된 느낌이며, 조광교수가 언급한 교회의 현실적인 지향점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유흥식 주교가 이야기한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발전해야함이 마음에 남는다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대전교구의 김누리 신부는 한국 교회의 역사를 다시 기억하고 순교자의 마음과 모습을 되새기며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었다고 말하였다. 캐나다 토론토 교구의 에릭 로드리게스 신부는 자신의 교구에서 보았던 한인 신자들의 모습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였다. 

(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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